1월의 휴가가 끝나고 쉼 없이 계속 달리다보니 몸과 마음이 참으로 지쳐만 갔다. 매일 아픈 사람들을 보는게 쉽지 않은데, 3주 동안은 심하게 아픈 두 환자가 있었고, 일하러 가는게 정말 스트레스였다. 그 환자 둘이 내 환자가 될까봐 두려웠고,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그 환자가 내가 일하는 동안 죽을까봐 두려웠다.
독일어로 일 한다는 것은 아직까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훨씬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가끔 정말 심하게 아픈 환자를 맡아야 할 때면 내 부족한 독일어로 의사와 환자, 환자보호자와 소통하는 것이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오고, 제발 다시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온 에너지를 다 쏟고 나면 나는 그만 녹초가 되어버린다.

게다가 내가 속해 있는 팀은 전부 독일인들 뿐인데, 거기서 혼자 외국인으로서 그리고 아시아인으로서 매일을 지내기가 피곤하다. 물론 내가 한국에서 일했던 것을 떠올리면, 진짜 우리 할머니가 이야기 했던 말, ‘호강에 받쳐 요강에 똥싸는 소리하고 있네‘ 하는 말이 나오겠지만, 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는 시끄러워 힘이 다 빠진다.
예전에 내가 이랬던 심혈관 센터 같은 경우에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데 다 의사들이 다 성격파탄자 같아서 힘들었지만, 팀은 진짜 괜찮았는데 (뒷담화 너무 심했던 것만 빼고), 여기는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조금은 덜 하지만 감정 소모가 너무 심하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틀간 일에 대한 꿈 밖에 꾸지 않았다.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집안 일을 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고 요리를 안 한지도 벌써 거의 한 달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우울감이 시작 된 것도 Alltag, 일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과 함께 찾아왔다.
모든 것에 예민해지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주변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뺏기기 시작하기도 했으며 그러면서 누군가와 연락 하는 것도 커다란 에너지가 들었다.
남자 친구의 부모님이 하는 말도 모든게 꼬아 들리기 시작하면서, 남자친구와 싸움도 시작되었다.

결국 어젯밤에는 참아 왔던 울음이 터졌다.
내가 점점 우울감에 쌓여 왔던 이유는 바로 나를 위한 시간이 그동안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항상 누군가를 위해 나를 움직여야만 하는 것이 너무 속상했고, 도대체 내 삶에서 나는 어디 있는 것인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했다.
나를 위한 독일어 공부도 손놓은지 꽤 되었고, 매일 쏟아지는 일과 어렵고 까다로운 환자는 외국인이 나에게 교묘히 맡아지면서 퇴근후 즐길 수 있는 에너지 마저 더더욱 내어 놓으면서, 소소한 취미였던 블로그 마저 손 놓은지 꽤 되었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해주는 피부관리도 하지 않은지 꽤 되었고, 화장은 커녕 썬크림 조차 나에게 해 주지 않았다.
매일 매일 가던 헬스장 역시 이젠 일주일에 1번 가면 정말 많이 가는 것이다.
그래 우울감에 주저 앉아 있지만은 말자!
이 우울감이 어디에서부터 오는지 나는 아니까 말이다.
블로그를 다시 열었다. 그리고 지금 글을 써내려 간다.
오늘은 헬스장도 다녀왔다. 다녀온 후 내가 좋아하는 바디 워시를 써서 샤워를 하고 내가 좋아하는 바디 크림으로 정성스럽게 내 몸을 발라주었다. 주름도 전부다 많이 지고 주근깨도 전보다 많아 졌지만 큰 맘 먹고 산 크림을 얼굴에다 발라주었다.
좋은 에너지를 자연에서 얻기 위해 잠시 산책도 다녀왔다.
마음이 훨씬 좋아졌다.
루틴을 만드는 게 싫었지만 왠지 이젠 다시 루틴을 만들고 작은 계획도 세우고 다시 삶을 정비 하는 게 필요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이 무너지는 순간 우울감은 바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다들 나를 조금 더 돌봐주는 봄이 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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