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그리고 나/나의 독일 일상

2024년 결산 + 올해도 독일에서 맞이한 새해 이야기 (feat. 독일가족)

by Katharina 2025. 1. 2.
반응형

2024년이 결국 지나가고 2025년에 새해 아침에 가볍게 눈을 떴다. 한국에서처럼 온 가족들과 함께 떡국으로 아침을 열었던 것은 아니지만, 독일에서 맞이하는 새해도 나쁘지 않다.
2024년은 나에게 생각보다 힘들었던 해였다.
하지만 그만큼 여러 가지 분야에 도전을 많이 했고, 결국 그 덕분에 마지막엔 내가 조금은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마음이 편해지니 싱글의 삶도 정리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2024년 결산
1. 이
사실 아직까지 간호사를 하고 있고, 여전히 같은 대학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이직이라고 크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2024년은 내게 맡는 분야를 찾을 때까지 시도 그리고 시행착오를 격으며, 이직을 이룬 한 해였다.
심혈관센터 혈관병동에서의 2년을 뒤로 하고, 공부에 대한 욕심이 아직까지 많이 있어 중환자실을 도전했다가 여전히 부족한 독일어에 부딪치고, 인력난에 부딪치고, 오스트리아 출신의 성격이 유별난 한 여자 의사와 텃세를 잡는 독일 직원 몇 명에 못이겨 3개월만에 뛰쳐나왔다.
고작 3개월이지만, 그 3개월이 나에게 뒷받침이 되어, 지금의 암센터에서 이전과 비교해서 프로페셔널한 간호와 조금 더 나아진 독일어로 근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간호사라는 직업이 공무원이 아니고서야 어디를 가든 지치고 힘든 날이 많은 직업이기에 편하게 일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젠 이전의 경험들 덕분에 어느정도 스트레스를 조절하며 일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앞으로 석사를 할지 아니면 독일 간호사로 weiterbildung을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2025년은 무조건 일하는 암센터에서 계속 일할 생각이다.

2. 여행
- 2024년 3월 질트섬, Sylt, Nordsee, Deutschland
- 2024년 4월 영국 런던
- 2024년 5월 한국 서울
- 2024년 7월-8월 이탈리아 피렌체-팔미-시칠리아
- 2024년 10월 핀란드 헬싱키
2025년에도 여행은 많이 다닐 예정이다.

3. 다사다난했던 해
- 알레르기가 온 몸과 얼굴을 뒤엎어 환자로 응급실 행 (아무 치료도 받지 못하고 돌아옴)
- 태어난 새끼 강아지 두마리, 지극정성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3일만에 죽음
-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독일에서의 유일한 한국인 친구

여러가지 어려운 일들이 있었고, 스트레스와 불안이 유난히 많았던 해였지만, 가장 감사한 건 내 가족과 남자친구의 가족이 내게 늘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어제 우리는 다함께 모여 Raclette를 준비해서 먹었는데 우리가 하는 것은 사실 버섯을 썰어 간 것뿐이고, 모든 준비는 남자친구 부모님이 해주셔서 우리는 몸만 가서 맛있게 먹고 이야기를 나눴다.
남자친구가 외동이기에 우리는 평소에도 남자친구 부모님 집에 잘 방문하는 편인데, 남자친구 아버지가 음식을 굉장히 잘 만드셔서 거의 얻어먹는 편이다. ㅎㅎ
그런 아버지를 닮은 남자친구는 나에게도 요리를 정말 자주 해준다. 내 인생에 최고의 선물이 그와 그의 가족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원래는 스위스 음식이라고 하는 이 라클레트를 독일에서도 12월 31일 Silvester에 전통적으로 먹는다고 한다.
한국인 숯불 삼겹살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바로바로 구워서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밤이었다.

우리는 0시 2025년이 딱 오기까지 함께 수다를 떨고 정확히 0시에 서로를 포옹하며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내 한국 가족들과는 정말 다른 분위기이다.
우리 가족 같은 경우에는 포옹이나 표현 같은 거 굉장히 부끄러워 하는 전형적인 경상도 사람들이다.
이런 내가 독일에 와서 내 남자친구를 만나고 그의 가족들을 만나면서 성격이 많이 변한 것 같다.
포옹하는 것도 좋고 매사에 고마운 마음이나 좋아한다는 표현을 아끼고 싶지가 않다.

아무튼 우리는 인사를 건네고 난 후 밖으로 나가 하늘에서 빵빵 터지는 폭죽들을 구경했다.
우리는 강아지들이 폭죽을 너무 무서워해서 따로 폭죽을 사지 않았지만, 동네 많은 사람들이 터뜨리는 폭죽만 봐도 상당히 컸기에 그것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남자친구 가족들이 한국은 어떻게 새해를 맞이하냐고 물었는데 우리는 새해에 폭죽 터뜨리는 문화가 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서울이나 내 출신지 부산에는 커다란 종이 있고,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니, 우리 문화가 훨씬 더 아름답다고 이야기했다.
아마도 그 이유는 폭죽으로 인해 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구급차가 출동하는 일들이 많은데다, 동물들이 너무 깜짝깜짝 놀래거나 공포에 떠는 경우가 있어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

이렇게 신나는 새해 전날과 새해를 보냈는데, 어쩐지 오늘은 엄마가 해준 떡국이 그리운 날이었다.
남자친구와 남자친구 부모님이 아쉬움 없이 나에게 참 잘해주지만, 그리고 정말 행복했던 시간을 보냈지만, 어쩐지 마음 한켠에는 우리 엄마가 보고싶은 마음, 그리고 엄마가 가득 담아주는 떡국 대접을 먹고 남은 국물에 밥까지 말아 김치를 올려서 먹고 싶은 마음
독일 생활이 3년 반이 넘어가니 내가 지루하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한국 생활이 그립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게 찍었던 일상 사진들에서 한국이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였나, 하는 생각이 요즘 든다.
돈 모아서 올해, 2025년에도 한국 꼭 다녀와야겠다.

새해 일기 끝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