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그리고 나/나의 독일 일상

늘 가도 행복한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동네편)

by Katharina 2024. 12. 2.
반응형

드디어 우리동네에도 크리스마스마켓이 열렸다.

동네 크리스마스 마켓

사실 나는 아직까지 정식으로는 함부르크에 살고 있지만 함부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잘 가지 않는 편이다.
작년에 한 번 내 친구들과 함께 방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글뤼바인도 꽤 비싼 가격인데다 맛이 특별하게 맛있지도 않았다.
물론 규모가 굉장히 크기에 사진 찍기에도 좋고 볼 것들도 많지만 이상하게도 올해는 썩 끌리지가 않는다.
원래는 남자친구와 함께 뤼벡 크리스마스마켓에 갈 예정이었으나 내가 독감이 와서 일단은 동네에서 열리는 작은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기로 했다.

이곳은 함부르크와 달리 규모가 굉장히 작은데,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여기 시청 앞에 조금 더 크게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었는데, 난민들과 아랍인들이 난동을 부린 후 더 이상 시청 앞에 크게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 건너편에 작게 남아 크리스마스 마켓이 다시 열리고 있는데 남자친구 말에 따르면 규모는 훨씬 작아졌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들려서 크리스마스 음식들과 와인을 마실 수 있어서 엄청 좋아한다고 한다.

남자친구는 코코아에 샷이 들어간 음료를 시켰고 나는 화이트 와인으로 조리된 글뤼바인을 시켰다.

작년에 뤼벡에서 마셨던 화이트 글뤼바인에 비하면 맛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분을 내고 분위기를 즐기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내가 시킨 화이트 와인은 너무 달지가 않아서 마시기도 딱 적당했고, 와인의 취기와 추위를 녹이는 따뜻함이 몸에 퍼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 작은 크리스마스 마켓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하나의 놀이기구가 있는데 내 어린 시절을 연상케 하는 회전목마 같은 놀이기구였다. 물론 말이 아니라 여기에는 자동차였지만, 몇 명의 아이들이 타고 놀고 부모님들이 웃으면서 사진을 찍는 광경을 보면서 내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남자친구와 함께 나누었다.
내 어린 시절과 엄마와 아빠와 그리고 동생들과 함께 했던 추억들을 생각하면 정말 엊그제 같은데 내가 벌써 30대 중후반이라니, 흐르는 시간에 대한 야속함 나도 모르게 느껴졌다. 물론 그 시간들 덕분에 내가 이렇게 독일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어린 시절 타고 놀았던 놀이기구를 보니 부모님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동생들이 보고 싶기도 했다. 한국에서 그들만의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마켓 안을 걸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완벽하게 꾸며져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분위기를 낼 만큼은 상식이 되어져 있어서 그 앞에서 찍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여기 동네 크리스마스마켓에서 먹을 수 있었던 것 글뤼바인, 부어스트, 크레페, 독일 크리스마스 전통과자, 감자튀김과 독일 전통음식(돼지고기 또는 소고기 + 사워 크라우트) 박스였는데, 우리는 한 바퀴 둘러본 후 독일 전통 음식인 돼지고기 양념 볶음과 사워크라우트가 나오는 박스를 11유로를 주고 시켰다.

작년에도 박스를 먹었는데 맛이 변함없이 똑같았고 따뜻하면서 고기가 부드러우면서 입에서 녹다시피 했다. 사워크라우트도 질기지 않고 딱딱하지 않고 너무 쉬지도 않았으며 딱 적당해서, 사워크라우트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친구도 맛있게 잘 먹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 자리가 난다는 것이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지만 운 좋게 자리 하나를 발견해서 우리는 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며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대략 1시간 정도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시간을 보낸 후 바람이 다시 엄청 차갑게 느껴지기도 했고 기침이 심하게 시작되어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독일의 크리스마스는 정말 아기자기하다.
그리고 어딜 가도 예쁜 장식들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독일 북부의 추위는 정말 대단하지만, 이곳에 분위기 만큼은 정말 따뜻하다.
그리고 난민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집도 예쁘게 꾸민다.
우리나라에 크리스마스와는 정말 다르다.
내가 한국에서 살 때는 무언가를 살 때 누군가에게 과시하기 위함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다. 크리스마스 때 무언가를 사야 했다면 나는 나를 치장하기 위한, 혹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선물을 샀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에서의 크리스마스는 그리고 소비의 형태는 내 내면을 위한 것이거나, 내가 집에서 더욱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소비로 바꼈으며, 더 이상 대인관계를 위한 아부의 선물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가족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되었다.
독일에서 산 지 이제 3년, 나는 더 이상 한국의 크리스마스를 혹은 수녀원의 크리스마스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다음에 한국에 간다면 우리 가족에게 독일의 크리스마스처럼 그런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선물하고 싶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