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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퇴회 그 이후의 삶

by Katharina 2023.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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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을 퇴회하면 굉장히 쪼들리게 살 것 같겠지만, 그건 수녀원 공동체의 바람일 뿐(물론 겉으로는 잘살길 바란다고 하지만, 마음 속 한편으로는 그게 아니길 하는 못된 심보를 무진장 많이 봐왔다.), 그와 반대로 잘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 물론 자리를 못잡고 힘들게 사는 분들도 있지만 말이다.

나는 세상에 적응하고, 내 자리를 잡기위해 무진장 노력을 했고, 하느님의 도우심과 나의 노력으로 나는 독일에서 아주 잘 살고 있다.

그들은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마치 수녀의 삶을 성공하지 못한 그냥 시시한 삶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마는 경우를 봐왔는데, 사실 그 두 삶이 다 대단하고, 경이로운 삶이라는 것

어느 한쪽이 우세하지도 열세하지도 않다는 걸 사실 잘 알면서도, 내 삶을 함부로 판단하고, 아직까지도 내 뒷담화를 즐겨 늘어놓는, 할일없이 헛소문을 내는 사람들에게 내가, 아니 내 용기가 부럽니? 라고 그냥 말하고 싶을 뿐

나는 독일에서 자리 잡고,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만족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직장도, 집도 이젠 독일에서 거의 자리를 잡았고, 이젠 독일인 남자친구도 있으며, 나는 이제 다시 중환자실 간호사를 도전에 앞두고 있다.
물론 독일어 공부는 나를 아직까지 어렵게 하고, 중환자실 간호사라는 큰 도전은 정말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어쨌든 나는 기회를 얻었고, 내년 1월이나 2월부터 중환자실에서 일을 시작하게 될 예정이다.
그리고 Fachweiterbildung 역시 도전할 계획이다. 이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사랑하는 이의 아내, 내가 사랑하는 이를 닮은 아이의 엄마가 되고 싶은 꿈도 있다.
그 미래를 위해 나는 다시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물론 수녀원에서 혼자서든, 관계 안에서든, 성경안에서든 배우고 경험했던 사랑의 80%가, 내가 지금 사랑하는 이를 받아들이고 더욱 사랑하게 만든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그 사랑이 아주 달콤하게 받은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

아무튼 내 삶에서 주어지는 모든 경험이 값진 것이다.
입회도 퇴회도 서원도 결혼도 그냥 나는 하느님 앞에서 완성되어가는 인간일 뿐...

나의 삶을 응원했던 여기 모든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과 축복이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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