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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수녀원을 퇴회하였는가

by Katharina 2021.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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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atharina1024.tistory.com/m/26

[수녀원 퇴회] 와 관련되어 악플 다시는 분께

저는 수녀원 퇴회를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솔직하게 제가 겪은 개인적인 경험을 나눌 뿐입니다. 사람은 좋은 경험도하고 나쁜 경험도 하고, 성공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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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금지 부탁드립니다. )

먼저 이 글은 수녀원이나 수녀들, 그리고 수도생활에 대한 반대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지극히 부족하였지만, 내 길이 따로 있었다는 깨달음의 고백이며, 제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말하는 부분에서 수도원의 어두운 현실이 나오겠지만서도, 그건 수도원이 앞으로 개선해나가야할 부분이라 생각하기에, 그냥 쓸겁니다. 제가 이상한 사람이라 판단하셔도 상관없습니다. ^-^ 알아서 받아들이시길!


그리고 어느 수도회였는지 질문 안 받습니다!

새로운 인생을 찾아 독일로 날아가는 나를 배웅하는 든든한 동생들

나는 5년 6개월을 수도원에 몸을 담았던 수녀였던 사람이다.
티스토리 블로그나 네이버 블로그 혹은 네이버 쪽지를 통해 내게 수녀회 입회, 그리고 수녀회 퇴회에 대한 고민 이야기를 주시는 분들이 더러 있어왔다. 일일이 정성을 다해 답장을 드렸지만, 이젠 내가 시간이 너무 없어, 이렇게 날을 잡아 아에 공개 포스팅을 올린다.

내가 수녀회를 퇴회하였다는 것을 부끄럽지 않게 블로그에 쓰는 이유는, 나와 그리고 나와 같은 길을 선택한 사람과, 다시 세상에 나올까하는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아무것도 틀리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어서이다. 수녀로서 사는 사람도 그냥 세상에 나와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도 틀린게 없다.
선민의식(예를들어, 나는 수녀로 선택받은 사람이기에, 너와는 다르다, 나는 하느님께 선택받은 사람이기에 나는 차원이 다른 세상에 있고, 다른 사람은 그걸 누리지 못한다, 는 식의 이상한 생각들)에 사로 잡힌, 수도복만 입고 있는, 겉만 수도자인 척 하는 사람의 말은 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거나, 그렇게라도 생각해서 자기 위로가 된다면 그렇게 하세요, 하는 마음을 가지면 평범함의 두려움이 조금은 없어지는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지면 나는 수녀원 퇴회를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내 잘못이 아닌 것을 내 잘못으로 돌리고 나 자신을 상처 입히지 않아도 된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누구나 정답인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고 정말 퇴회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는 앞으로의 불투명한 미래를 혼자 스스로 감당해나가야 하지만, 하느님이 내 길을 마련하셨다는 것을 깊이 깨닫는다. (Netflix Serien, Unorthodox, 아마 한국 제목은 '그리고 베를린에서' 처럼 하느님이 자기네들 것이라는 착각에 사는 사람은 결코 느낄 수 없는 일들을 현재 나는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

내가 수도원에서, 그리고 수녀로서 정말 잘 살았냐고 묻는다면, 정말 정말 부끄럽게도 잘살지 못했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정말 수녀원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았어요." 그래서 후회가 없나보다. 일단 수녀원 퇴회에 대한 후회를 안하려면, 진짜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한다. 누가 판단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나 자신이 정말 최선을 다했는지 느끼는게 중요하다. 그게 안되면, 또 다른 수녀원에 가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거나 재입회에 대한 마음이 생기게 되니까. 그래서 다시 잘살면 좋은데, 보통은 또 퇴회하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 뿐.

사람은 누구나 약하다. 누구나 아픔이 있고, 누구나 모난 곳이 있으며, 그 모난 곳으로 상대방을 후벼 판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혔겠지만, 사실 말단이었던 내가 아프면 더 아팠지, 나보다 더 아팠던 사람이라면, 내가 바락바락 대들었던 미카엘라 언니 밖에 더 있겠나싶다. 아무튼 그 때 나는 너무나 아팠고, 너무나 힘들었고, 그래서 하느님을 볼 힘 조차 없었다. 아니 마음조차 없었다고 해야할까. 번아웃도 진짜 심하게 왔었고. 하지만 이제야 나는 안다. 하느님은 나를 살리시기 위해 수녀원을 퇴회하도록 이끄셨다는 것을. 결국 나는 수녀로서 너무나도 살고 싶었던 사람이지만, 내가 살고자 하면 수녀로 계속 살 수 있었지만, 내게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나는 퇴회를 선택했고, 그 때 수녀의 생활이 나와는 안 맞다는 것을 5년 6개월이 흘러서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나에겐 가난을 사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내 쥐꼬리만한 휴가비로도 내가 몸 담았던 본당의 성전 건축을 위해 헌금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일 어려웠던 것은 순명하는 것 그리고 정주하는 것이었다. 정주보다 순명이 훨씬 더 어려웠고. 솔직히 까놓고 이야기 하면 선배 수녀님들이 후배 수녀님들에게 자신의 요구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순명이라는 단어를 너무나도 많이 쓰기도 했고. 설거지 하나에 "순명하세요"라는 말을 들을 땐, 나같은 성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말들이 차곡차곡 쌓여 갔다. 게다가 몰라서 질문했더니, 모르면 입 다물라며, 입 다물면 반이라도 가지, 라는 말로 사람을 밟아버리는 수녀님도 있었다. 그리고 내 사소한 하나까지(사투리, 체형 등) 모든 것을 컨트롤 하려는 것을 감당하기도 힘들었고. 상처주는 말을 하고도, 가족이니까 그런거라고 감당하고, 받아들이고 순명하라고 하는데, 우리가 왜 가족이지 싶더라. "남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차라리. 저는 존중받고 싶거든요." 마지막 내가 퇴회를 결심했을 때 나를 정말 지독하게 시집살이 시킨 수녀님에게 한 말이었다. 수녀원에서 살아온 날보다 종신서원까지 살아갈 날이 더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4년 안에 내가 큰 병이 걸려서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단 하루도 본당 수녀원 내에서 그 사람들이랑 숨쉬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정말 존경하고 아끼는 수녀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식별 기간도 안 가지고 무조건 가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내가 들은 말, 예수님도 돌 맞고, 욕 먹고, 십자가에 못 박혀서 돌아가셨는데, 자매는 그걸 감당 못해?
나의 대답은 이랬다. 그래서 예수님이 돌아가셨는데, 왜 수녀님들은 한 번 더 예수님이 돌아가시길 바라세요? 감당을 못하고 용서를 못하는 제 부족함도 있지만, 그건 제 문제인건데, 돌을 던지고 욕하는게 왜 정당화 되어야 하는거죠? 예수님이 인권을 잃으셨다고 해서, 나와 모든 사람들이 인권을 잃어야할 이유는 없어요.
그리고 들은 말, 내가 너무 똑똑해서 수녀원 살기가 힘들단다... -_-;;; 내가 똑똑하면 의사가 됐겠지, 그 이유는 완전 말도 안되는 것이고 나는 내가 왜 수녀원에서 살기 힘든 사람인지 안다. 왜냐하면, 나는 억울하면 말해야하고, 차별 당하면 차별 하지말라고 말해야 하며, 그리고 위에 사람이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말은 죽어도 못 참고 해야한다. 침묵 따위 안하고 싶은 성격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지금도 내 인격을 깎아 내리는 말을 한 수녀님들 절대 안 잊는다. 영화에서 이런 대사가 있었다. 사람이 겉으로 상처가 나면, 아물고 치유가 되는데, 말로 입은 상처는 아물지가 않는다고. 나도 지금 입회를 한지 10년이 넘었고, 퇴회를 한지 5년이 되었는데, 그 때 언어로 입은 상처가 아물 생각을 안한다.
인권존중 인권존중 외치지만 수녀원 내에서는 인권존중이란 없다는 사실, 그것을 다 감당하고, 완덕에 이르는 수녀님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진짜 진심으로 존경하는 수녀님이 있었는데, 지금도 정말 존경한다. 몇 명 안되니까 안타까울 뿐이지만. 게다가 나는 별로 착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내가 받은 상처를 내 선에서 끊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분명 내가 입은 상처를 그대로 약한 후배들에게 입혔겠지? 그렇게 하기 전에 떠나와서 천만 다행~

모든게 관찰되고, 컨트롤 되고, 상처입는 언행이 반복되는 삶에 지쳐가던 중(무슨 안기보도 아니고, 민간 사찰도 아니고, 동기 수녀랑 전화하는데, 엳듣는 소름끼치는 행동들)에 수도원 내에서의 정치 싸움을 알게 되었고, 수녀원에서도 집안 출신을 본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가난하게 살아왔고, 그래서 하고 싶었던 것을 많이 못하고 살아왔던 내 자신을 마주하면서, 내가 못하는 것을 다른 동기 수녀님들에게는 주어지는 것들이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어떻게 보면 이건 내가 가난하게 살 수 없었던 것이었을까?

거기에다 더 해, 사람들과 신자들 급 나누고 차별하고, 좋은거 받아 누리는 선배 수녀님의 약함도 꼴보기 싫었고, 나에게 발길질 하는 선배 수녀님도 역겨웠고... 모든 걸 다 떠나 하느님만 바라보라고 나를 사랑해주시는 수녀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셨지만, 도저히 안되겠더라... 내가 그 수녀님만 바라보고 수도생활을 할 수는 없으니...

(이런 말들에 또 흔들려 입회 고민이 되는 사람이 있다면, 성소 담당 수녀님께 말씀드려, 상담 받는 걸 추천한다. 하지만, 나는 없는 말을 쓰지는 않았으며, 부디 하느님만 바라보고, 단단해져, 수도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진짜 진심이다. 수도원의 어두운 부분을 진짜 정확히 알고 가야, 나처럼 뒤통수 맞고 너덜너덜해져 퇴회하는 일이 없을테니... 보통 수도원은 와서 알게되니, 미리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미리 알고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는데 말이다. 가서 안다고 해서 못견딜 사람이 평생 견딜 수 있는건 아니니까.)

사실 지금 여러 이유들 돌아보고 써 내려가보니... 다 거두절미하고 딱 한가지 이유가 나온다.
그냥 내가 수녀원이 싫어진거다. 수녀님들도 싫어진거고. 그러니까 모든게 다 꼴보기 싫었겠지.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그 사람이 상처를 줘도, 어떤 단점을 가지고 있어도 다 품을 수 있는데, 마음이 식으면 눈꼽만한 단점도 보기 싫은 것처럼, 수녀원이 싫어지니, 이런 단점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겠지.


5년 6개월 이상의 삶을 어떻게 한 페이지에 축약해서 써 내려갈 수 있겠나...

분명 행복했고, 좋았던 시간도 참 많았다.
하지만 반면에 상처받고 잃었던 시간도 크다.

너무 단점만 써서 좀 그렇지만, 결국에 결론은 내가 퇴회를 했으니, 좋았던 시간보다는 안 좋았던 시간이 더 많았다는 거지 뭐... 좋았던 시간도 분명 있었지만, 그 시간이 나의 힘듦을 커버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헤어진 마당에 무슨 좋은 소리를 하겠나, 이거지 뭐...)

나의 경험은 무조건 수녀원에 들어가지 말라는 것도 아니며, 수녀원에서 퇴회하라는 것도 아니다. 내가 너무나도 아프고 힘들다면, 조금만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힘을 좀 빼고 나를 바라보고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수녀원에서 나온다고 해서 죽는 것도 아니고, 벌을 받는 것도 아니더라.

나를 사랑해주신 수녀님이 나에게 우시면서, 그동안의 시간이 아깝지도 않냐고, 내 인생을 그렇게 허비하고 싶냐고 너무나도 안타까워 하셨지만, 그래서 나도 울고 너무나도 아팠지만, 지금은 어쩌다 보니 또 여기서 좋은 사람들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분명 어려움도 있지만, 하느님이 내 자리를 마련하셨다라는 것을 크게 느끼고 있다.

더 구구절절 이야기하면 수녀원 험담 밖에 안되고, 누워서 내 얼굴에 내가 침 뱉는 격 밖에는 되지 않으니, 글은 이정도에서 마무리하고, 퇴회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넷플릭스 영화 (아니 시리즈)를 추천하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한국 제목: 그리고 베를린에서
외국 제목: Unorthodox
유대인 이야기지만, 어쨌든 뿌리가 같아서일까, 공감이 많이 갔고, 보는 내내 엄청 울었고, 내게 큰 힘이 되었던 이야기들이다.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길 바라며.


그리고 하느님과의 대화가 잘 안 풀릴 땐 이 방법도 괜찮은 것 같다.
한번 뿐인 인생인데, 입회도 퇴회도,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해보는 것, 맞으면 수녀원에서 잘 살면 되는거지. 그리고 퇴회 했다고 하느님 나라에 못 간다고 생각은 안 한다. 뭐, 그렇다면... 난 "Ich hab Pech gehabt."


다음 이야기는 퇴회 후 세상에 내가 어떻게 적응하는 노력을 했는가에 대한 포스팅을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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