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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그리고 나/독일 간호사

독일 간호사 - 요양원 취업의 장단점

by Katharina 2024.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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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독일에 와서 일한 곳은 독일 요양원이었는데, 노인들 50%와 알콜 중독자와 정신이상자 50%로 이루어진 작은 요양원이었고, 위치는 독일 NRW주에 위치한 정말 작은 시골이었다.
사실 월드잡 알선자와 인터뷰를 먼저 했을 때, 요양원이 아니라 병원으로 가고 싶다고 했었는데, 알선자는 마음 속에 내 고용주을 담아두고 있었던 것 같다.

독일 동료와 차와 케익을 함께 했던 날

그 사람이 내게 했던 말이
"독일 병원은 사람도 너무 적고, 오버 타임도 정말 많으며, 독일어를 못하는 내가 독일에 적응하고, 독일어 실력도 더 늘리고, 간호사 인증도 더 조용한 곳에서 집중하고 싶다면 가족 같은 분위기의 요양원이 훨씬 낫다."라고 했다.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었다.
맞는 부분은 독일 요양원의 장점이었고, 틀린 부분은 그냥 틀린 부분이었다, 오히려 큰 병원에 근무하는게 훨씬 낫다.

1. 장점
1) 친근한 가족 분위기는 독일 생활에 정말 큰 도움이 된다. 가족이나 친척, 친구 하나없이 혼자서 해외 생활을 하는 건 외롭기도 외롭고, 모르는게 생겼을 때, 한국인 커뮤니티에서 알아낼 수 없는 일들이 생겼을 때, 요양원 동료들은 정말 가족같이 도와줬었고, 차가 없는 나와 필리핀 동료들을 태우고 마트에 함께 장보러 태워주고, 다시 데리다주고을 내가 지내는 동안 해줬다. 그 부분은 정말 고마웠다. 개인 사정을 정말 잘 봐주기도 했다. 지금 내 동료들은 당연히 친절하기는 하지만 예전 동료들처럼 그렇게 가족적이지는 않다.

2) 독일어가 서툰 사람에게 정말 편하게 일하며,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은 맞다. 지금 대학병원에서는 정말 다른 판인데, 독일어가 서툰 사람은 바로 동료들 사이에서 구설수 거리가 되고, 그 사람이 독일에 얼마나 지냈는지는 관심이 없다. 게다가 큰병원 혹은 대학병원인 만큼, 더 전문 용어나, 간호지식을 독일어로 공부해야할 것들이 많아서, 일상 독일어나 C1 혹은 C2를 목표를 하는 사람들에게 그 공부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하긴 하다.
요양원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사설 병원이니까, 고용주의 재량에 따라 내가 어학원을 가고, 어학원 비용도 지원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 내가 져야하는 책임이 덜하다. 안그래도 독일 생활이 서툴고, 독일어가 능숙하지 않아서 일하는데서 오는 압박감이 심한데, 의사와 소통을 해야하는 상황이 거의 1주일에 한번이면 정말 많은 것이고, 응급 상황이 별로 없고,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땐 바로 구급차 부르면 된다. 그러면 그냥 큰 병원으로 환자는 이송되니 못하는 독일어로 내가 짊어져야 할 생과 사의 스트레스가 없다.

2. 단점
1) 책임은 덜 져도 되지만, 거기에서 배우는 것이 없다. 생활 독일어는 확실히 늘지만,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고나 할까? 거기에서 하는 일은 씻기고, 입히고, 화장실 가게하고, 다시 씻기고, 입히고, 씻기고, 침대에 눕히고, 정말 그것 밖에 없다. 간호사로서 발전이 거의 없다.

2) 치매 환자는 나를 미치게한다. 진짜... 내 에너지가 다 빠져서, 한번씩 미치는 날은 퇴근 후 그냥 뻗어서 자는 날이 많다.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세우고, 앉히고, 눞히고, 허리가 나간다. 에너지가 쑥쑥쑥 빠져나가는... 그러면 공부할 수 있는 날이 부족하다.

3) 고용주에 따라 월급이나 상여금이 결정되기에 좋은 고용주를 만나야하는데(보통은 간호사 Tarif), 사실 만나기 어렵다고 해야할 것 같다. 내가 있었던 곳은 휴가 상여금이나 크리스마스 상여금이 전혀 없었다. 딱 하나 있었던 것은 누군가 병가를 내면 대신 일해줄 때 얻는 상여금이었다.

4) 아닌 경우도 있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외국인 간호사는 요양원에 딸린 방에서 살게 되는데, 내가 쉬는 날임에도 불편하고, 갑자기 일손이 필요할 때 쉽게 찾아와 일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걸 싫어하는 티를 내면 그 후로는 안했지만, 초반에는 그런 경우가 있었다.

5) 한국에서 자부심있게 간호사를 한 사람이라면, 여기서 현타가 온다. 간호가 아니라,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이 하는 일을 하게 되니까... 인증 후에는 약 돌리고, 인슐린 놓고, 카테터 관리하는 정도...

나는 내가 해왔던 길에서 후회되는 것은 없다. 아무래도 요양원 경력은 경력이라고 할 수 없으니 나중에 요양원에서 병원으로 옮길 때 월급 책정할 시 조금 불리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간호사 인증도 해냈고, 독일어도 탄탄히 쌓아왔고, 경력 단절의 기간도 잘 매꿔왔으니, 나는 처음 요양원을 택했던 것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은 전혀 없다.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

이상 나의 독일 요양원의 취업과 경험이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개인적인 상담은 받지 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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