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일 전에 수녀원 퇴회에 대한 악플을 보고 사실 마음이 되게 좋지 않았다.
여기 저기 방구석 선생들이 많기는 하다만, 막상 또 들으니 기분이 않았고, 내가 아직 정신적으로 강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친구가 내 꿈을 이루라며, 다이슨 선물에 뒤이어 유튜브 촬영 도구까지 선물로 줬는데, 나는 아직 악플을 받을 용기가 없나 싶었다.
그 후로 몇일을 수녀원 꿈을 꿨는데, 그건 정말 악몽과 같은 꿈들이었다.
나는 분명 거기서 행복한 기억들도 꽤 있었는데, 내 인생을 총 통틀어 결과적으로 봤을 땐 너무나도 트라우마로 남았을 뿐
뭐랄까?
난 하느님이 좋고, 하느님을 믿는데, 수시로 매 순간마다 하느님이 오셨다 가시는게 느껴지는데,
성당, 수녀님 (신부님, 수사님은 그래도 좀 낫다.) 들만 보면 그냥 막 갑갑하고, 오만 정이 다 털려서 보고 싶지가 않다.

수녀원에서나 성당 신자들 사이에서나, 기도할게요, 기도했어요, 기도 안에서 만나요, 가 나에게는 늘 '언제 한번 밥 먹어요' 와 같은 인사치레로 느껴졌던건 아주 오래전이었다.
나는 이 인사말들이 참으로 싫었는데, 사실 한편으로는 잘 알고 있다.
내가 기도의 힘이 얼마나 큰지 모르고 있고, 애초부터 수도복이 맞지 않았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정말로 수녀님들의 기도보다는, 그 분들의 따뜻한 눈빛 혹은 워낙 성향이 터프하다 하더라도, 거친 말투 속에도 흐르는 진정한 따뜻함과 응원이 필요했다. 누구든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까.
내게 정말 말로 상처 입힌 수녀님이 있다.
그 말은 정말 누가 들어도 잊을 수가 없는, 극심한 통증을 불러 일으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 분은 내게 한번도 미안하다고 하신 적이 없고,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들으려거든 십자가 앞에서 기도해서 하느님께 원하는 대답을 들으라고 하셨다.
하지만 퇴회 후 5년이 지난 지금, 내가 내린 결론은, 그 사람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하느님 뜻이라고 돌리며, 내게 책임과 질타를 쏟고, 자기는 무조건 맞는 말, 맞는 행동을 한거라는 착각과 오만 덩어리라는 것일 뿐
내가 하느님 안에서 내린 결론이 있다면 그건 바로,
모든 걸 기도로 돌리지 않고,
내 옆에 있는 사람,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말과 응원, 위로, 사랑을 표현하고,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사랑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지금은 내가 세상을 위해 공동 기도를 하고, 개인 기도를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의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하는 사람일 뿐이지만,
사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 지키는 것도 쉽지 않다는 사실을 경험하면, 성경의 말씀을 한쪽으로만 해석해서는, 마치 일반인들의 삶과 사랑이 쉽다고 평가하는 말을 쉽게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그릇이 작기에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받아들이고 그 사람을 사랑하며 살 수가 없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나는 나를 미워하는 사람의 기도를 받고 싶은 마음도 없고, 마음에 우러나지 않는 기도를 받고 싶은 마음도 없고, 사실 고맙지도 않다.
나는 그저 네가 있어줘서 고맙다. 사랑한다. 네가 참 서중하다. 그 말 한마디가 더 고맙고, 나를 더 선하게 움직이게 한다.
왜 인정받고 싶냐고?
왜 사랑받고 싶냐고?
우린 완성된 인간이 아니니까,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니까,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비로소 하느님의 사랑이 완성되니까,
2024년에는
더욱 사랑하고, 더욱 따뜻한 말을 하며 살아야지
그리고 생명과 인간의 삶을 더욱 존중하는 간호사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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