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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그리고 나/독일 간호사

[해외 간호사 #1] 독일 간호사가 된 계기

by Katharina 2023.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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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간호사, 첫걸음 이야기

나는 간호학을 전공하고, 면허를 딴 후 수녀원에 들어갔었다. 6년이나 가까이 되는 세월을 허비한 후 세상에 나오니, 다시 병원으로 돌아 갈 수도 없을만큼 모든 의학용어와 간호지식을 잊어버렸었고, 30세가 되어버린 내가 뭔가를 다시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은 먹고 살아야하니 보건소 계약직으로 가게 되었는데, 사람을 상대하는게 수녀원에만 있다보니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거기만큼 버틸 수 있는 직장이 없으니 버티고 버텼는데, 공무원 사회도 수녀원과 사실 다를 바가 없었던게, 불합리적인 일에도 눈감고 일해야하는거, 상사에게 무조건적 복종을 해야하는거, 여자들 사이에서 치이는거, 그래도 죽도록 버텼다.

간호사 면허라도 있어서 먹고 살 수 있음에 감사한 시기였다.

독일 생활 2년 6개월, 독일에 젖어드는 중

2년 가까이 그냥 계약직 생활만 하다보니, 내 나이 32세, 더이상 계약직으로만 살 수는 없었다. 보건교사 자격증도 있었던 나는 처음에 보건교사 시험을 칠 생각으로 한국사를 공부해서 1급을 따기도 했었다.
그러나 나는 좀 더 다른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기도 했다. 보건교사가 꼭 되고 싶었던 마음도 없었고, 그냥 먹고 살아야하니까 공부를 했긴 했는데, 간절한 마음이 없으니 공부의 능률이 오를리도 없었다.

계약직 쥐꼬리만한 월급을 모은 걸로 처음으로 해외 여행이라는 것을 해봤다.
가깝게 일본, 그러다 멀리 나가보자 싶어서 이탈리아-스위스까지 가보았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나는 유럽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도 좋았던 시간이었고, 내 미래에 활기를 돋아주는 시간이었다.

원래는 이탈리아에서 살고 싶었으나, 이탈리아가 여행으로는 좋아도, 외국인으로서 정말 뿌리내려 살기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있던 중이었기에, 중도 포기가 힘들었으나, 완전히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독일 대학에 입학해야겠다는, 의약대를 다시 해야겠다는 도전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지금이야 다른 길을 또 가고 있지만)

그래서 무작정 독일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 때가 바로 33세였다.
다른 사람들은 내게 환상속에 산다고 했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물론 두려움이 있었기야 했지만, 뭔가 나는 어찌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출근 전후 도서관에서 매일 인강을 들으며 독일어 공부를 했다.
누구의 이야기든 내가 내 자신에게 가지는 확신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

독일어를 처음 시작할 때, 능률이 오르지 않아 정말 슬펐다. 도서관에서 운적도 많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는데, 준비된 자가 운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이 맞는듯, 블로그를 통해 독일 간호사 면접 합격했다는 이웃이 내게 댓글을 달았고, 그 분의 귀한 정보를 통해 나 역시 zoom으로 면접을 볼 수 있었다.

이미 나는 독일어가 B1 수준이어서 면접을 독일어로 할 수 있었고, 그래서 바로 면허인증 절차로 들어가는 서류를 준비하기 시작했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 뭐, 1년 반을 조무사 월급 받으면서 있기는 했지만...

대학이든 삶이든 돈을 벌어야했고, 내가 독일에서 살고 싶었기에, 어떤 길이든 독일에만 갈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코로나 시기가 한창이었던 때라 정말 독일에 갈 수 있는 문이 좁았었기에 면접을 본 곳이 어떤 곳이든지 가고 싶었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정말 힘든 경험을 이겨내왔구나 싶었지만, 그 때는 그만큼 한국을 벗어나고 싶었다.

면접과 모든 서류 준비 후 다 독일로 보내고도 나는 10개월을 한국에서 결과를 기다렸고, 비자 문제로 대사관을 3번이나 다시 방문해야했던 나날들이 지나고, 2021년 5월 나는 독일 요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 간호사 인증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다음 포스팅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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