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싱글이었을 때, 독일에서 노르웨이로 여행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가 트론헤임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밤 12시 10분이었고, 베를린에서 환전을 시도했지만, 노르웨이 돈은 여분이 없다며 약 10유로 밖에 바꾸지 못해서 택시는 절대 못타는 상황이었는데, 천만 다행으로 공항버스는 밤에도 운행한다는 정보를 친구에게 들었다.
(구글에 Trondheim Airport Bus라고 치면 사진 위의 버스 시간표와 배차간격, 그리고 어디 정류장에서 내릴 수 있는지 다 나온다.)
독일에서 내가 쓰고 있는 카드는 마스터나 비자 카드가 아니기에 있어도 쓸 수가 없어서 조마조마 했고, 독일에서는 현금을 거의 쓰기에 항상 출금해서 돈을 썼건만 환전소에서 노르웨이 돈이 없어 바꾸지를 못했기에, 버스 결제를 할 수 없을까봐 조마조마... 그러다 내 기업은행 마스터 카드에 5만원 정도 있었다는 걸 기억하고 결제 했는데, 노르웨이 사랑합니다. 어디든 카드와 핸드폰으로 결제할 수 있어서 나 한국에 온 줄!
영어 못하는 탓에 대답도 길게 하기 싫어, 학생이냐는 질문에 "Yes"라고 대답했고, 그 덕에 200크론, 그러니 우리나라 돈으로 약 2만 5천원을 줬어야 했는데, 140크론을 결제했고, 내가 대학생 돈을 냈다는 걸 한참 후에 친구을 통해서 듣게 되었다. (돌아올 때는 얄짤없이 200크론 결제했다는)
아무튼 그렇게 나는 예약한 숙소로 가자마자 잠이 들었고, 그 다음 날 늦은 아침을 먹고 본격적으로 여정이 시작되었다.
Trondheim은 노르웨이에서 상대적으로 인구가, 그것도 젊은이들의 인구가 많은 도시인데, 그 이유는 대학교가 있는데다, 많은 외국에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생으로 온다고 들었다. (실제로 한국인 교환학생 1명과 유학생 1명을 만났었다는)
Trondheim을 목적으로 온다면 2일이면 충분히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경우는 이 도시에 7일을 머물렀고, 그 이유는 정말 여행이 아니라, 휴가의 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독일에 살다보면 어디 다른 해외를 나가도 다 비슷비슷하다고 느껴지는데, 노르웨이는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독일과 많이 달랐다.
물론 내가 노르웨이 전역을 다닌게 아니라서 자세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내가 노르웨이의 문화를 모르는 상태에서 노르웨이 국민들이 추구하는 "안락함"을 저절로 느꼈을 정도로 집의 특색이 강했다. (뭐라더라, 쿠슬링? 퀴슬링? 독일어를 조금 할 줄 아는 노르웨이 소녀에게 들었는데, 그새 잊어버렸다. 나는 그녀에게 "gemütlich"라는 단어를 썼었다.)
노르웨이 자연도 그들의 특색이 있는게, 독일 자연도 좋지만, 진짜 노르웨이는 와 진짜 내 머리 속에 상상하던 그림이 그대로 딱 펼쳐지는데, 이건 가봐야 안다고 말하고 싶다.
삼성 갤럭시 카메라의 특성을 잘 아는 사람들은 알테지만, 실물보다 좀 더 파랗게 나오는 경향이 있는데, 노르웨이에서는 그냥 진짜 바로 사진 그대로였다는...
게다가 내게 마음에 들었던 건 자연 뿐만이 아니라, 화장실도 공짜라는 사실🤣🤣🤣
감격 또 감격
독일에서는 50센트에서 1유로를 매번 주고도 쾌적한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했는데, 노르웨이는 한국 만큼의 쾌적한 화장실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료인거 치고 독일보다 쾌적한 화장실들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이게 얼마나 내게 큰 장점으로 다가왔는지 모른다.
그냥 카페에 들어가서 화장실만 이용하고 나와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직원도 그걸 알면서도 엄청 친절했음.
아무튼 유명하다는 다리에서 멋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언덕에 올라 Trondheim을 내려다보고 사진을 찍다, 천천히 내려와 물이 있는 곳으로 갔다. 나는 여기가 바다인 줄 알았는데 피오르드라고 하더라. 노르웨이, 그리고 특히 이 도시는 Fjord가 많다고.
그렇게 노르웨이의 자연을 느끼고 나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고, 또 계획에 없었던 걸 추진하게 되었는데, 친구와 여기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토요일이니 이대로 보낼 수 없다며, 진짜 갑자기 맥주 한 잔 하러 나갔고, 나는 난생 처음으로 펍이라는 곳을 가보게 되었다.
모든 이들이 대학생이었는데, 와 30대 노땅이 껴서 좀 그랬긴 했지만, 그래 내 액면가로 밀어붙이자 싶어서 그냥 얼굴에 철판 깔고 함께 했고, 나는 20대 때 누려보지 못한 대학생들의 술과 밤문화를 느껴보았다. (물론 나도 대학생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간호학과 특성상 내 대학생활은 고등학교의 연장선상이라 봐도 될만큼 빡쎄게 살았다.)
취하도록 마시는 부류가 있는 반면, 절제하고 분위만 즐기는 부류들이 더 많았고, 그 이유는 성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노르웨이는 술값이 어마무시하게 비싸기에, 가난한 유학생들의 경우에는 취하도록 마셨다간 몇 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지도...
노르웨이의 맥주는 우리나라 맥주만큼은 아니지만, 독일 맥주보다는 탄산의 느낌이 강했고, 시큼한 맛이 나서 처음엔 맘에 들지 않았는데, 반잔을 넘어갈수록 그 맛도 익숙해졌다. 그렇게 영어를 못함에도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시리아, 한국인은 함께 어울려 잘 놀았고, 시큼한 노르웨이의 맥주가 끝날 때쯤 한 이탈리아 친구가 오늘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소식을 소셜 미디어에서 접했고 우리는 갑자기 오로라를 보러 가기로 했다.
독일 여자애의 데이터 수집 능력으로 우리는 한 해안가에 도착했고, 내 인생에 일어날 일은 없다고 생각한 오로라의 빛이 내 눈 앞에 직접 펼쳐졌다. "Das ist ja wirklich die Polarlichter!!!" 나는 친구에게 소리쳤다.
그렇게 진하게 볼 수 있는 날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내 눈 앞에 저 띠가 바다 위로 펼쳐졌다.
독일 여자애가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노르웨이에 오자마자 오로라를 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또 나는 운이 좋은 사람 같기도 했다. 그 순간 내가 대학생 시절에 이것을 경험했는지 안했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인생에서 나는 늦은 것이 있다고 생각된다면, 그냥 그래, 늦었다고 받아들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늦어서 경험하고, 늦어서 얻었지만, 늦었기에 그 가치가 값지고 크다는 걸 다시 알게되고, 그 순간에 대해 더 큰 감정과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건 분명하니까.
이 순간 정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영어를 못해서 이 순간에 대한 감정을 다 나누지 못했다는거, 그게 너무나도 아쉬운 점이었고, 지금 또한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다녀와서 당장 Cake 앱 깔았다는... 도대체 독일어 공부는 언제 마무리할건지 모르겠다만, 영어 기본 문법 정도는 시작해도 될 것 같다는 판단!)
이 날 노르웨이는 진짜 맑으면서도 엄청나게 추웠는데, 이탈리아인 남자애와 나만 잠바를 안 입었는데, 둘 다 패션에 살고, 패션에 죽는다는 느낌을 받았고, 말은 안 통해도, 우리는 어깨 똭 펴고, '가오가 있지 어디 이런 날에 잠바떼기' 하는 표정으로 있다가, 집에 갈 때는 우리 둘 다 추워서 그 누구보다 먼저 얼른 서둘러서 숙소로 향했다는 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날 나는 내 나이를 잊은 채, 내 체력을 뛰어 넘어 진짜 무리해서 놀았고, 그 다음 날 오전 11시가 훨씬 넘어서 일어났다는 사실... 일어났는데도 침대에 등이 붙어 안 떨어졌다는 사실...
이젠 20대가 아니라는 걸 신체적으로 겪하게 경험하고 있는데, 내가 25살에 수녀원에서 만난 35살 언니들을 정말 이해를 못했는데 (아니, 뭐가 그렇게 피곤하냐고...) 와 지금은 진짜 내가 그 언니들에게 356일 매일 미안하다고, 그 때 내가 철딱서니가 없었다고 매일 빌어도 모자랄만큼 내가 너무했다는 걸 깨닫는다.
하아, 내 젊음 돌리도
야속한 세월아
그렇게 나는 다음 날, 노르웨이에서도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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