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는 내가 처음 독일에 왔을 때 지냈던 본 보다 더 춥고, 가을, 겨울이면 더더욱 흐리고 비도 자주 온다. 해가 나는 날이 한달에 한 손에 꼽힐 정도?
그렇지만 집순이인 나에게는 밤이 일찍 찾아와도 그렇게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론 여름에 바닷가에서 얀과 함께 예쁜 시간을 밤늦게까지 보낸 시간들도 좋았지만, 겨울에 집에서 하이쭝을 켜고 따뜻하게 입고, 이불을 덮은 후 편안하게 티비 틀고 누워있는 걸 나는 너무나도 좋아한다.
밤늦게 클럽을 다니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을 즐겨나가는 타입이 아니라서 나의 싱글라이프는 참으로 길기도 길었다.
그리고 이 시즌에는 해리포터를 꼭 봐야하고, 컵케익이든, 큰 케익이든 쿠키든 뭐든 만들어서 남자친구와 부모님과 함께 먹고 나누는 걸 다른 시즌에 비해 유난히 좋아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독일에 와서 겪는 우울감을 난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별로 우울한 생각을 할 틈을 안주기도 하고, 그냥 이렇게 해보는걸 독일에 와서 처음해보면서, 내가 이런 것들을 꿈에도 할 줄 몰랐는데, 해보니 다 되는구나 하는 기특함을 느끼고, 그걸 나누고, 같이 먹고 하니까 또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알지 못했던 취미가 생겼다고나 할까?
나 역시 우울감이 있었을 때가 있었는데, 사실 그건 내가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여유가 있을 때, 그리고 그 때,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자 우울감이 나를 찾아왔었다.
그리고 내가 아닌 걸 아니라고 할 수 없었을 때 역시 마찬가지였고. 무언가 나를 바쁘게 하는 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나를 어떻게든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게 만드는 것을 통해서라도 말이다.
아무튼 넘자친구와 WMF를 방문했을 때 컵케익 틀을 사왔는데, 유튜브에서 누텔라 머핀을 만드는 방법을 검색해서 초코머핀을 만들어봤다. 요즘 WMF 매장들도 크게 세일을 하기에 머핀틀을 6유로 밖에 주고 사지 않았다.
계란, 밀가루, 코코아 가루, 버터 등 들어가는게 많아 막상은 하기 어렵다고 생각들지만, 한번 사놓고 시작하면 그렇게 많이 핗요한 것도 아니고, 몇번 하다보면 케익 굽는게 되게 다 비슷비슷해서 어렵지도 않다.
얀은 귀여운 엉덩이를 흔들어가며 케익 구워달라고 졸랐는데, 완성된 걸 보고는 신나서 왕~ 베어물더니 뜨거워서 또 귀여운 난리을 피웠다.
사랑스러운 내 남자친구 ㅋㅋ 누텔라를 온 입가에 묻히고, 누텔라가 묻은 손으로 바지를 만져서 바지도 더러워지고 ㅋㅋㅋ 그걸보고 한참을 웃어댔다.
혼자사는게 익숙하고 편했던 나였지만, 남자친구의 이런 사란스러운 모습들을 보고, 내가 더 많이 웃는다는 걸 알고 난 후 함께 살기로 한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나도 하나를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설탕이 꽤 들어갔는데도 그렇게 달지 않아 좀 놀라긴했지만, 누텔라 속 부분이 정말 맛있었다.
누텔라를 사놓고 그냥 발라먹기는 심심해서 만들어봤는데, 진짜 너무 맛있게 되어서 남자친구 부모님께도 드릴 생각이다. 시엄빠도 독일인답게 매일 15시에 작은 케익조각과 커피를 마시는터라 엄청 좋아하실 것 같다.
한국 겨울도 그 느낌이 참 좋지만, 독일의 겨울, 이 시즌을 나는 너무나도 좋아한다. 춥지만 따뜻한 음식을 요리하고, 케익과 쿠키를 굽고, 따뜻한 차나 커피와 함께 마시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이 분위기 말이다.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이 분위기를 나는 11월 중순인 지금부터 계속해서 즐기려고 한다.
'독일 그리고 나 > 나의 독일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 생활] 코스타리카 친구와의 간만에 만난 날! -좋은 친구를 만난다는 것 (25) | 2024.11.23 |
---|---|
독일 디자이너 아울렛 데이트 + 크리스마스 선물/추천 (25) | 2024.11.20 |
[독일 생활] 독립한다는 것 (8) | 2024.11.12 |
[독일 생활] 남자친구를 사랑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도 행복해❤️ (13) | 2024.11.11 |
[독일 생활] 잘, 그리고 행복하게 살고자 온 곳인데,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5) | 2024.11.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