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생활] 독립한다는 것
37세, 독립을 하지 않으면 이상할 나이, 그것이 자의이든 타의이든 사람이 30세가 넘도록 독립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걸 인식하고 슬슬 독립을 해야하는 것이 나는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어렵고, 외로운 세상 살이, 무조건 혼자일 필요도 없고, 서로 돕고 사랑하는 것은 마땅히 필요하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생활 살림들을 혼자서 해 나가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자주성 있게 꾸려나가는 부분은 늦어도 30살 이후에는 자리잡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립: 종속적인 입장에 있던 상태에서 벗어나 하나의 주체로서 성립하는 것
종속: 1. 자주성이 없이 주가 되는 것에 딸려 붙음. 2. 문장의 구성 성분으로서 다른 부분에 대하여 주술, 수식, 조건적 접속 따위의 관계로 결합하는 일. 또는 그런 방식. 반대말은 자립, 독립이다.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나 자신이 수월하게, 그리고 어린 나이에 독립을 한 것은 아니다.
나의 진정한 독립은 3년 6개월 전 독일에 와서야 시작이 되었다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수녀원에 입회하기까지와 퇴회 후 독일에 오기 전까지 나는 가족들과 함께 살았다. 수녀원에서 지낸 기간은 독립이라고 할 수 없는게, 모든게 공동체 생활이었고, 돈을 벌지 않았으니까, 아무리 가족들과 살지 않았다 하더라도 독립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또한 퇴회 후 돈을 벌었지만, 생활 살림은 다 엄마가 했기에, 그것도 독립이라고 할 수 없다.
33살 독일에 와서야 진짜로 독립을 했는데, 늦은 나이까지 의존적이어서 그랬는지 첫발걸음을 떼기가 너무나도 어려웠다. 33살이면 사실 아줌마 나이인데, 그 땐 비행기에서 찔찔 울기까지 했으니... 참으로도 부끄러운 일...
3년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여기서 정말 많은 성장을 했다. 정말 혼자서, 아무 지인도 없고, 처음 접하는 외국어로 공부도 했고, 돈도 벌었고, 집도 구했고, 요즘은 엄마 용돈도 내가 번 돈으로 보내고 있다. 실패도 많이 했고, 실수도 많이 했으며, 내가 목표한 걸 이루기도 많이 이뤘다. 여전히 두려움은 있지만 그 두려움이 나를 잡아먹지는 못한다.
나는 이런 내가 이젠 뿌듯하다.
이런 글들을 쓰는 이유는, 아주 감사하게도 친구가 의식이 돌아와 이젠 마음이 건강해지도록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이다. 너무너무 감사하고 기쁜 일이지만, 자식을 놓지 못하는 부모님과 아직까지 부모님이 필요한, 그래서 내 뜻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30대 중후반이 되어서도 순응해야하는 그 모습들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건강해보이지 않아서이다. 지금은 그 친구가 아직까지 많이 마음이 아픈 상태라 내가 뭐라하기 어려운 상태지만, 제일 먼저 그 아이가 시작해야할 일은, 우선 제일 먼저 해야할 것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부모님이 늦은 나이까지, 끊임없이 지원을 해주신다면, 당연히 큰 기대와 때로는 강요가 따라올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얼마전에 메넨데즈 형제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도 독립와 자유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기도 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길러와졌다면, 모든 것이 두배, 세배는 더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부모님 쪽에서나 당사자의 쪽에서 부단히 빠져나오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생각... 자신을 난도질하거나, 타인을 난도질 하는 것, 둘 다 잘못된 일임은 분명하다. 결국 독립과 자립성을 찾지 못하고 도망치는 일 밖에는 안되니까...
나 역시 언젠가 부모님이 된다면, 참으로 어렵다는 걸 알겠지?
어쩌면 그토록 어려웠던 내 어린시절과 아무것도 없이 독일로 올 수 밖에 없었던 내 운명에, 그래서 성장할 수 밖에 없던 내 현실에 오히려 감사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이 경험으로 언젠가는 조금은 성숙한 엄마가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