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에서 하는 정말 위험한 소임 혹은 관습 - 간호사의 입장에서 본 관점
내가 제일 사랑하는 가을, 이 가을을 망쳐버린 수녀원의 기억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점점 심해지는 알레르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응급실에 갈 정도로 얼굴이 땡땡 부어올라,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는데,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오지 않은 걸 크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알레르기 하나없던 내가 뭔 일인가 싶겠냐만은, 바로 은행나무 알레르기가 생긴 것이다. 원래 은행나무 알러지가 있었나? 절대 없었다. 은행 나무 열매를 볶아서 먹기도 하고, 은행나뭇잎을 주워모아 책갈피에 꽂아넣기도 했으니까.
그러던 내가 은행나무 알러지가 생긴 이유가 바로 수녀원에서 하는 10월 관습인데, 한 달 내내 수녀원 은행나무 밑에 떨어지는 은행 열매를 주워모아 껍데기를 문질러대고, 씻어내는데, 포대자루가 얼마나 나오는지 모른다. 그걸 매일매일, 한달 넘게 해대는데, 그게 얼마나 독한지 모른다. 냄새는 또 얼마나 역한지... 나는 그 때 양쪽 팔에 알레르기가 엄청 심해졌는데,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항히스민타제도 없으면서, 그걸 수련소 자매들에게 시키는 위험한 짓을 하는 것이다. 나 뿐만 아니라, 몇몇 자매들이 땡땡 부어올랐는데, 그냥 그걸 놔두더라. 앞으로 은행나무 곁에 못가게 할뿐... 근데 그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모르는 것 같다.
알레르기가 기도로 오면 바로 죽음이 코 앞인데 말이다. 그리고 장시간 방치 시 Panik Attack 도 올 수 있다. 빨리 항히스타민제제와 코티졸크림, 심할 경우엔 기도로 오기 전에 코티졸을 경구 또는 정맥으로 투약해야한다.
사지에 약간 있는 경우에는 그렇다쳐도, 얼굴과 목 전체에 퍼지는데... 나도 나였지만, 수련소에서 만났던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참... 정말 우리가 기도로 알레르기가 오지 않았다는 것에 정말 감사해야할 것 같다.
한번은 저녁에 팔과 다리에 정말 심하게 와서 선생 수녀에게 말했더니, 미안한데 내가 도와줄 수가 없네? 참아야지 뭐, 하며 시큰둥하게 말하더라, ㅁㅊ... 다음날 더 심해져서 내가 직접 피부과 가야겠다고 말했었음
이젠 은행나무나, 멋 모르고 먹은 영양제가 은행 추출이면 바로 심하게 알레르기가 시작된다. 가을만 되면 나뭇잎이 떨어지면서인지, 뭔지, 없던 증상들이 시작된다. 그게 이제는 너무 심해져서 병가를 내야할 정도까지 되어버렸다. 내가 사랑하는 가을이 이젠 아픈 가을이 되어버렸다.
하... 이거 뭐 손해배상청구 할 수도 없고
그냥 내 선택을 후회할 뿐
제발 댓글에 욕 다는 사람들은 좀 제대로 알고 달았으면, 무작정 욕하지 말고 말이다.
이렇게 위험한데도 수녀원은 이것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겠지? 그게 수녀원이니까 ㅋㅋㅋ 그리고 젊은 사람들 시켜 먹어야지 ㅋㅋㅋ
나도 수녀원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이었으니, 입회하는 젊은이들 이해는 한다만... 왜 수녀원은 하나도 바뀌지 않는지 모르겠다. 맨날 방어만 해대고 말이다. 젊은이들을 위해서 바뀌어야지!
알레르기가 다시 와서 2주간 고생하면서 짜증이 올라오니, 그냥 글이라도 써 내려가야 할 것만 같았다.
으, 제발 내 인생에서 수녀원의 기억이 이젠 그만 좀 사라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