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간호사] 건강한 직장생활, 간호사에게도 적용될까? - 독일 간호사 생활
내가 사랑한 달콤한 휴식의 시간이 끝났다. 남자친구와 독일 일상, 스트레스가 가득한 병동, 직장을 잠시 떠나 이런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너무나도 행복했다.
나는 이번 10월을 정말 스트레스로 가득찬 한달로 보냈다. 직장생활 때문에 말이다.
한국 간호사도 힘들지만, 독일 간호사도 힘들다. 물론 한국에서처럼 버티지 못할 정도로 힘든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도 스트레스 때문에 충분히 아파질 수 있다.
휴가 가기 전 나는 정말 응급실에 가야할 정도로 아파졌다.
독일 간호사의 어두운 현실을 요약해서 쓰자면,
1. 독일 사람들은 간호사라는 직업을 우습게 본다. 여기서는 아우스빌둥으로 (대학이 아닌) 간호사가 되고, 환자를 씻기고 먹이고 하는 요양사의 일도 간호사가 해야하기에 전문적인 간호사가 아니라 그냥 하급 인력으로 본다.
2. 직원들이 없다. 독일 사람들은 왠만하면 독일에서 간호사을 안하려고 하고, 북유럽으로 간다. 그러면 대체인력으러 동유럽 그리고 필리핀 간호사들이 있고, 나머지 독일인들은 밥 먹듯이 병가을 내서 매번 쏟아지는 환자를 혼자서 감당히야하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
3. 뒷담화 장난아니다. 진짜 너무 짜증난다.
4. 힘든 환자는 외국인 간호사가 맡는 경우가 대부분
5. 힘든거에 비해 월급이 적다.
이것을 지금 독일에와서 3년째 겪고 있는데, 번아웃이 오기 직전이었고, 내 몸은 살려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외국에서 간호사를 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여기서도 저기서도 사실 살아내는 것은 참으로도 어렵구나 한다. 사실 한국 간호사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못 버틸 정도로 힘든건 아니지만...
아무튼,
몸이 크게 아파지면서 남자친구와 제일 첫번째로 다짐한게 건강한 우리의 삶을 가꾸어 나가면서 직장에서의 일들은 우리가 돈을 받는 만큼만 하고, 나머지 시간에 우리 시간을 요리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자기개발에 조금 더 시간을 쓰자는 것이었다.
독일 외식 물가가 엄청나게 비싸다. 팁까지 너무나도 당연하게 줘야하는 것도 너무 어이가 없고.
독일 간호사 월급은 내가 살 수 있는 걸 사고, 먹고, 월세내고, 가끔 해외 여행 하는 정도는 되지만, 그러면 남는게 없다. 어떨 땐 통장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또 다른 곳에서 스트레스가 오니, 우리는 밖에서 외식하는 빈도수를 줄이자고 계획을 세웠다.
대신에 신선한 생선이나 고기를 사서, 잘 요리해서 먹자고 약속했다. 그러면 레스토랑의 1/3가격에 신선하고 맛있는 요리를 넉넉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강 챙기기!
이번에 크게 아프면서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모두가 아는 간단한 진리를 뼈져리게 깨달았다.
항상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기!
남자친구와 지난주부터 헬스장에서 계획을 세워 열심히 운동을 하는데, 확실히 몸이 더 가볍고, 나쁜 에너지도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헬스장을 가지 못하는 날이 오면 남자친구와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전에 6km 정도 자전거를 타고 왔는데, 너무 좋더라. 출근하기 싫은 마음과 스트레스가 여전히 자리잡고 있지만, 확실히 느끼는 정도는 조금 줄어든다고 할까?
수많은 해외 직장인들 블로그나 유튜브를 보면 직장 생활 재미있게 하던데, 간호사는 여기서도 저기서도 힘든 것 같다. 그러니 일상에서 더 좋은 시간들을 채워나가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버틸 수 있는 듯...
왜 간호사들이 로보트가 되어가는지 늦게 병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알게되는 것 같다.
감정 소모가 너무 많아서... 독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게 있다면 휴가가 더 많고, 초과근무가 거의 없으며, 한다면 돈으로 20분이라도 다 쳐준다는거? 그렇지만 진이 빠지는 느낌은 다 같다.
로보트처럼 되지 않으면, 내가 버틸 수 없으니, 살아낼 수 없으니, 오늘도 해야할 일은 하되, 내 모든 것을 다 쥐어짜서 쏟아내서 하지는 말자.
그리고 때론 너무 많이 생각을 하지 말자.
동료들 생각들도.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