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그리고 나/나의 독일 일상

[해외 생활] 여러 사람들과의 대인관계에 에너지가 딸리는 나

Katharina 2024. 12. 17. 05:57
반응형

이번 주말은 내가 원하는대로 드디어 집에서 편안하게 보냈다.
누구하나 문자 폭탄을 보내는 일도 없었다.
그렇다, 나는 오랫동안 문자를 주고 받거나, 전화로 2시간, 3시간씩 수다 떨지를 못한다.
그렇게 쓰는 시간이 아까울 뿐더러 에너지가 너무 고갈이 되어 그 후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늘 그러지는 않았는데, 게다가 예전에는 성격이 진짜 외향적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30대 초중반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외부로 향하는 에너지가 줄어든 것도 있고, 한편으로는 해외에서 자리잡고 제대로 독립하려고 하다보니 에너지가 내 내부 이외에는 다른 곳을 향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간호사라는 직업도 크게 한 몫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루에 말을 많이할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쏟아내야하는 에너지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인 듯, 게다가 나는 지금 독일어로 짱구를 돌려야하니 더더욱 피곤한 듯...)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더러 있었다.

아무튼 월요일을 앞두고 마지막 휴일인 일요일 오후 늦게 집에서 남자친구와 간단하게 빵을 구웠다.
원하는대로 바질 페스토를 깔고, 모짜렐라도 올리고, 집에 굴러다니는 Petersilien와 견과류를 올려서 에어프라이기에 구워봤다.
남자친구와 대화하면서 이렇게 소박하게 요리하는걸 나는 참 좋아한다.
그냥 별 내용 없지만 깔깔깔 웃으며 장난도 치고, 한국 요리 이야기도 하고, 문화 이야기도 하고 그러면서 함께 요리를 하는데, 그냥 소소한 이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

이렇게 맛있게 요리된 빵을 들고 우리는 텔레비젼 앞으로 와서 크리스마스 시즌 답게 해리포터를 처음부터 다시 봤다.
해리포터를 유난히도 좋아해서 영국까지 갔다온 우리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따뜻하게 집안에 앉아 보고있는게 나는 너무나도 좋다.

요즘 인간관계에 대한 의무감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내려 놓으려고 하고 있다.
내가 똑바로 서 있기가 힘들다는 것을 느낀 후부터 말이다.

서운한게 너무 많았던 그녀
내 선에서는 꽤 많이 신경쓰고, 내 마음을 충분히 줬다고 생각했는데 그 동생의 입장에서는 그게 많이 부족했나보다.
그런데 정말 내가 더 이상 짜낼 에너지가 없다.
그녀가 미운 것도 아니고, 싫은 것도 아니고, 종종 고마운 부분도 있었는데, 나는 정말 그녀가 원했던 만큼의 에너지가 없었을 뿐이다.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몇일을 고민하며, 그녀를 통해 내 인간관계를 비롯해서 나 자신을 정말 많이 되돌아봤다.
나는 편안하게 흘러가는 관계가 좋은데, 그게 어려운 사람도 있나보다. 자꾸 태클을 걸거나 불평을 하고, 부담스러운 요구를 하면, 내 무의식이 계속 그런 성향의 사람들을 저절로 멀리하게 하는 것 같다.
사실 누군가를 많이 애정하면 마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는게 어렵게 느껴질 때도 많고, 이런 저런 섭섭한 마음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걸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버겁다.

이젠 친구들이 거의 다 독일인 혹은 외국인이고 몇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같은 직군에 있는 건 아마도 직업에서 오는 고단함으로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하기 때문인 것 같다.

2년 전 연락을 끊은 친구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이것이었다.
"××아, 내가 뇌출혈로 입원해 있을 때 넌 어디에 있었니?"
그 때 나는 수녀원에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했었다는 건 퇴회하고 나서야 알았다. 그리고 몇 년 후 독일로 떠나는 나를 탐탁치 않아했던 그 친구...
나는 미안한 마음에 그녀가 못다한 꿈을 위해 미술 용품도 선물로 사줬고, 그녀가 뒤늦게 전공하려는 영문학도 정말 많은 응원을 해줬으며, 다른 친구들이 그녀를 깔볼 때 나는 그녀가 할 수 있다고 유일하게 말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아빠가 싸우고 가출한 한달을 우리집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녀가 욕하는 직장상사를 함께 욕하지 않았던 그날, 나는 늘 다른 편에 있다는 소리를 들으며 손절 당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그 친구는 함께 욕해주고 말길 바랬었는데 내가 그러지 않았던 것이 몇년 동안 쌓였던 것 같다.

인간관계
공동체 생활을 그렇게 했음에도 아직까지 어렵다.
친구
어느 선까지 나를 내어주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때론 내가 그들을 위한 충족의 도구인가 싶기도 하고, 나도 내가 모르게 누군가에게 이렇게 요구를 하고 떼를 쓰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결론은 일단은 그냥 두기로 했다.
나도 내 쪽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내 삶부터 일단 잘 다져나가는게 중요하니까 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