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그리고 나/나의 독일 일상

해외생활 경험이 중요한 혹은 필요한 이유

Katharina 2024. 12. 1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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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문득 눈을 떠서는 독일에서 사는 것이 생각보다 나에게는 잘 맞는 선택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해외 생활의 경험이 정말 필요하구나, 누군가에게는 살면서 어쩌면 꼭 해봐야 할 경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나의 이야기와 함께 해외 생활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왜 추천하는지 포스팅을 써보고자 한다.

나이트 근무하는 나를 위해 남자친구가 사온 짐블록 김치버거

3일 간의 나이트 근무가 끝나고 어제 퇴근하고 돌아와서는 하루 종일 잠만 잤다.
나이트 근무를 하게 되면 잠을 깊이 못 자는 데다, 밤새도록 깨어 있어야만 해서 나이트 근무가 끝나는 날에는 평소보다 더 많이 자는 편인데, 체력이 많이 떨어졌던 지난 2주였기에, 어제는 더더욱 잠이 많이 필요했던 날이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꿈을 꾸게 되는 건 당연스러운 일이었다.

수많은 꿈 중에 이 생각을 하도록 이끈 꿈은 역시 수녀원에 대한 꿈이었다.
내 20대의 절반이 넘는 시간, 거의 6년을 살았던 곳이었기에 쉽게 잊혀질 리가 없는 그런 기억이 수녀원에 대한 기억이다.
애써서 기억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드문드문 기억들이 찾아오곤 하는데, 안타깝게도 사실 대부분은 부정적인 기억들이다.

아마도 내가 독일로 나와서 살지 않았다면, 그 부정적인 기억들에 잔뜩 쌓여 어쩌면 아직까지 패배자로 느끼며, 숨어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한다.
독일에 와서 내가 가장 크게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는 용기였고, 선입견 없이 무언가를 다시 시도하고 나갈 수 있는 것이었다.
왜 한국에서는 용기가 없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쉽게 대답할 수가 없다. 용기가 꺾였다고 말해야 할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몸담았던 곳의 세계 갇혀 그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했기에 감히 쉽게 다른 세상을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고, 끝내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되었을 때 새 직장을 구하려고 할 때마다 꼬리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나의 과거였다. 마치 초등학교 때 매 학기마다 가족관계를 적어서 내야하는 수치스러운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아빠가 일찍 돌아가셨기에 늘 한부모 가정으로 써내야하는 건 당연했고, 엄마 혼자 3명을 키워야했으니 우리집이 가난한 건 당연했는데, 그걸 써내야하는 수치스러움을 견뎌내는게 나는 너무 힘들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거의 바로 수녀원을 갔으니 직장 경험이 없는 것은 당연하나,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나이가 서른인 사람이 아직 직장 경험이 없다는 것이 수상스러웠을 것이다.

대학 때 배운 전공을 다 잊어버린 것도 당연한데, 한국 사회는 서른이나 되는 사람을 처음처럼 가르칠 여유가 없었다.

수녀원을 갔다가 나온 것도 보통 사람이라면 하지 않는 경험이고. 아무리 성당을 열심히 다닌다해도 수녀가 된다는 것은 쉽게 할 수 없는 결정이니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보통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한다는 것은,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의 시대에는 용납하기가 어려운 것이었고, 그래서 나를 이상하게 보거나, 깔보거나, 혹은 짓밟으면서 자기가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혹은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위안 삼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자기가 위에 있다고 생각하건 말건 나는 상관은 없었는데, 굳이 꼭 짓밟으면서까지 나를 힘들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친구와 밥을 먹으러 나갔다가 내가 수녀였을 때 만났던 신자와 마주치면서 나를 본 신자가 성당과 수녀원에 나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나에 대한 헛소문이 수녀원에 또 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벗어나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부산에서, 한국에서 산다는게 나에게는 너무 버겁게 느껴졌다.

도망친다는 것을 수녀원에서는 가장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것에 그렇게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이 무조건 직면만 하고 부딪히고 살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때로는 내가 감당되지 않는 부분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곳에 내 자리가 마련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내 경험으로 직접 깨닫게도 되었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우리 병동

늦은 나이에 독일에 와서 처음에 쉽지만은 않았지만 나는 자유를 느꼈다. 그리고 많은 것에서 내가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나를 옥죄어 왔던 세상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서 그 세상을 다시 바라보니, 그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고, 그것을 나의 용기로부터 이뤄냈으며, 계속해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다시 한 번 실패를 한다고 해도 나는 언제든지 처음부터, 그리고 완전 밑에서부터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젠 앞으로 독일에서 계속해서 산다고 해도,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산다고 해도, 두 곳 어디에서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혹은 독일이나 한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야한다고 해도 말이다.

 

숨통이 트인다.

누군가 무언가로 숨통을 옥죄고 있다면 이제는 그것이 다가 아니라고 진심을 다해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해외 생활은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용기, 많은 것을 한가지 관점이 아닌 다양한 각도로, 다르게 보게 하는 것이 해외에서 쌓는 스펙보다 더 값진 것이라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점에서 나는 해외여행 뿐만 아니라 워킹홀리데이 같은 해외생활 경험을 하는 것을 추천하는 편이다. (부모님께 지원을 받더라도 파트타임도 해보고, 직접 부딪히면서 해외에서 진짜 생활을 해보는 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 100% 돈 받으면서 편하게 사는 건 해외 생활의 절반도 경험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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