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그리고 나/독일 간호사

태움?! 간호사를 하면서 조금은 덜 스트레스를 받는 나만의 방법

Katharina 2024. 11. 2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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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매일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쏟아내야만 하는 에너지가 정말 많다는 것을 아마도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내가 녹초가 된다는 것도 다들 역시 공감할 것이다.

더군다나 나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그것을 더욱 더 느끼게 되는데, 그 이유는, 보통 건강한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사람이 약할때, 그리고 가장 고통스러울 때, 혹은 가장 희망이 없어 보일 때의 사람을 상대해야 되기 때문인데, 그때 쏟아 내야하는 나의 에너지가 엄청나다.

내가 출근하기 전, 더 자고 싶은 마음을 인형에 담아 침대에 눕힘 ㅋㅋㅋ

내 다른 포스팅들에 몇 번 언급을 했지만 다시 또 한번 언급을 하자면 나는 직장 내 스트레스로 인해(동료&환자) 건강이 급격히 좋아지지 않았고, 많은 긴장감과 잘하고 싶다는 욕심들의 나를 압박하다보니 병원에 출근하는 것만 생각해도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났다.
하지만 먹고 살아야 하니 마냥 쉴 수는 없고 그렇다고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자니, 사는 게 사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나는 나만의 전략을 찾게 되었는데, 가장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내가 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 삶과 죽음은 내가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이고, 그것은 오로지 신에게 달렸으며, 나는 결코 신이 아니다.", " 나는 더 이상 수녀도 아니고, 자선 사업가도 아니기에, 나에게 주어진 딱 8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데까지 내 임무를 다하고, 환자를 관찰해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의사와 환자의 다리 역할을 하며, 응급 상황이 생길 경우 내 위치에서 내 임무를 다 할 뿐, 그 이상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나를 너무 힘들게 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내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나에게는 커다란 에너지 손실을 적게 불러왔다. 그리고 적어도 일하러 갈 때 일하러 가기 싫다는 생각이 덜 든다.

사실 사람들은 간호사들에게 큰 희생을 요구하는 편이다. 적어도 독일에서는 쉬는 날과 휴가, 그리고 휴식 시간은 주어지는 편인데, 한국에서는 간호사들이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을 가지는 걸 되게 죄스러워한다. 사실 간호사들도 일개 노동자일 뿐인데 말이다. 당연히 사람을 살리는 일에 종사하는지라 당연히 직업 윤리를 가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나는 무상으로 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 왜 한국은 간호사에게 초과 근무 시간을 다 월급으로 쳐주지 않는지 정말 궁금하다. 시간은 어느 순간 돈보다 더 가치가 높은데 말이다. 그리고 환자의 생명이 중요하듯 나도 나의 건강이 중요하다. 내가 돌보는 환자가 건강해지지 않으면 담당 간호사도 슬프듯이, 내가 간호사로서 행복하지 않으면 내 환자 역시 치료기간이 괴롭다. 그래서 조금은 야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일하는 것이 우선이다.

두 번째로는 선후배나 동료의 눈치를 너무 심하게 보지 않는 것이다. 당연히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나에게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서 실수 없이 일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는 팀으로 일하기에 어느 정도의 눈치는 필요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선후배나 동료의 눈치를 보고 내가 작아 질 필요는 없다. 선배가 나를 필요 이상으로 태운다면 세상에 널린 게 병원이고, 세계 곳곳에서 간호사를 필요로 한다. 굳이 내가 거기서 눌리면서 아파가면서 태움을 당하면서 일할 필요가 없다. 내가 다음날 나오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나  태우는 당사자가 더 근무해야 되니, 걍 놔두길. 요즘에 나는 뒷담화 하는 동료들이 하나도 무섭지가 않다. 그만큼 자기 삶이 지루하다는 증거니까, 오히려 한심스럽다. 나는 내 8시간이 지난 후, 얼른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내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

세 번째로는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많이 공부하는 것이다. 내가 많이 알면 알수록, 두려움은 적어진다. 내가 두려운 것은 내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동료보다, 내 선배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알면 된다. 독일에서 일하는 것의 장점은 의사들이 정말 친절하다는 것이다. 나는 질문하기 어려운 동료와 일할 때,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는 편인데, 그러면 알기 쉽게 설명을 정말 잘해준다. 내가 일해보지 않은 분야는 아무것도 모르는 게 당연하다. 하나하나 처음부터 물어보고 검색하고 책을 찾아보고 나를 채워나가면 몇 달 뒤에는, 정말 달라져 있는 나를 볼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경력이 많은 동료보다 더 똑똑한 간호사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처음에 가졌던 스트레스와 두려움이 훨씬 줄어든다. 사실 더 똑똑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내가 물어봐야하는 것이 점점 없어지면, 별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어진다.

퇴근 후 피곤해서 골아 떨어진 나 ㅋㅋㅋ

간호사라는 직업이 사실 좋아서 선택했지만, 그리고 간호사라는 직업 덕분에 세상 어디에서든 밥벌이 하고는 살 수 있지만, 가끔은 그 직업이 나에게 주는 무게감이 너무나도 무겁다. 사실 나도 일개 인간인 뿐이며 일개 노동자일 뿐인데 말이다. 은퇴까지 사실 나는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간호사 일을 하고 싶다.

내일은 오전 근무이다. 사실 오늘 오후 근무라서 저녁 늦게야 집에 돌아왔는데 아직까지 잠이 오질 않는다. 그래도 독일에서는 오후/오전 근무타임이 바뀌면 적어도 다음 날은 오전 7시 반에 일을 시작할 수 있어서 조금은 낫다. 내일은 나에게 정말 친절한 동료의 생일이라서 작은 빵을 출근 전에 사서 가려고 한다. 이것도 7시 반에 일을 시작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나저나 이것은 인간관계의 노력이라기보다 그냥 나에게 잘해주는 동료에게 조금의 기쁨을 주고 싶은 그냥 가벼움 마음이라 스트레스가 전혀없다.
내일 조촐하게 우리끼리 하는 휴식시간에 생일 파티의 일기를 재미있게 써봐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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