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다, 발트해 (Ostsee)를 기차타고 간 후기
친한 동생이 함부르크를 방문했었다. 독일 바다를 아직 안가봤다는 동생과 함께 급작스럽게 Ostsee를 가기로 했다. Ostsee는 독일 북부 여러 도시 뿐만 아니라, 핀란드, 덴마크 등에서도 바다를 볼 수 있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바다를 좋아하는 나는 남자친구와 차를 타고 Timmendorfer Strand나 Scharbeutz를 가는데, 뚜벅이 여행인 만큼 우리는 기차를 타고 뤼벡을 넘어 Travemünde Strand로 향했다.
함부르크 중앙역에서 뤼벡을 넘어 조금만 더 가면 Travemünde 해변역에서 내려 걸어서 5분만에 갈 수 있다. 이때는 한창 휴가 성수기였기 때문에 해변으로 가는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비수기에는 꽉차서 기차에 자리가 없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기차는 40분~1시간 마다 있었고,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동생이 새로 생긴 한식당에서 김밥이랑 치킨을 테이크 아웃 해와서 기차에서 냠냠 쩝쩝 맛있게 먹었다.
함부르크에서는 상대적으로 맛있는 한국 음식을 잘 먹을 수 있는데, 가격대가 조금 비싸도 한국 음식만큼 맛있는 것이 없고, 요즘 한식당이 생각보다 꽤 맛있어서 자주 즐기는 편이다.
김밥이 큼지막해서 입에 다 들어가는게 힘들었던...
처음에 독일 왔을 때에는 김밥에 간장이나 소스를 찍어먹는 것을 정말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이젠 소스나 간장이 없으면 섭섭한 정도가 되어버렸다.
기차여행할 때 김밥 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냄새도 그렇게 많이 나지 않고, 간편하기도 간편하고 맛도 좋으며, 어린 시절 소풍 갈 때 싸가던 추억이 돼 살아나면서, 여행 가는 기분이 팍팍 난다.
목적지에 내려서는 바다 ⛱️ 까지 10분 정도 걸었다. 길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역에서 조금만 나오면 멀리사 바다가 바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냥 길따라 쭈욱 내려오면 된다.
입장료가 오후부터는 1,50유로였다. 원래는 3유로였는데, 아마도 비수기인 지금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지 잘은 모르겠다. Sylt 경우에는 사계절을 다 돈을 내야했다. 아무튼 내가 갔던 시기는 여름의 끝무렵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없으면서도 꽤 있었다.
해변에 사는 독일 사람들은 일 년 내내 한 텐트-자리를 예약하고, 바다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독일에서 바다를 처음 와보는 동생은 살짝 쌀쌀한 감이 들었으나 들뜬 나머지 신발을 먹고 바다에 들어갔다. 꽤 차가운 느낌이 들었는데 그럼에도 수영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하긴, 겨울 바다 수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으니까...
남자친구와 가는 해변에는 거의 독일인들만 있었던 것 같은데, 여기는 기차를 타고 쉽게 올 수 있는 곳이라 그런지 외국인들도 진짜 많았다. 특히 난민 혹은 아랍계쪽... 사실 살면 살수록 나는 난민에 대한 감정이 많이 좋지가 않다. 직접 경험하기 전엔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내가 부딪히면서 경험한 것들이 대부분은 부정적이었다. 물론 열심히 일하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생김새로 구분할 수 없기에, 해변에 앉아 시샤(물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눈살이 찌푸려 질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도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냥 그런 장면들을 잊어버리기로 하고, 우리는 그 시간을 즐기며 수다떨고 다시 놀았다.
그나저나 사진에사 저 멀리 보이는 호텔이 하루 묶는데 몇십만원이나 한다는 사실!
뤼벡과 함부르크가 많이 떨어져있지 않으니, 호텔은 기차를 타고 다시 나와 다른 곳에 묶는 것을 추천!
아무튼 여름의 끝무렵이라 그런지 바다가 꽤 차가웠는데, 그래도 바다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태양 아래 마지막 여름의 힘을 다해 태닝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독일에 와서 달라진 점은 내가 무엇을 입고, 어떤 색깔의 피부를 가지건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점이다.
이 날은 여분의 옷이 없어 수영을 못했지만, 독일에 와서 처음으로 비키니를 입어봤고, 그냥 그게 아무렇지도 않은 그 느낌을 처음으로 느껴봤다. 뱃살이 어떻고 엉덩이가 어떻고, 시선 강간 따위는 없는...
그리고 하얀피부를 고집했던 한국에서와는 달리, 햇빛에 그을린 내 피부도 좋아하게 되었는데, 예전보다 정말 스트레스가 덜해서 너무 좋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즐겨하지 않았던 바다 수영이나 해변에 누워있기를 독일에서는 즐겨하고 있다.
아무튼 우리는 해변을 따라 걷다가 바다에 발도 담그고, 사진도 많이 찍고, 이야기도 나눈 후 발을 털어내고 다시 기차역으로 향했다.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었지만 괜찮은 맛집을 찾지 못한 데다, 여기는 휴양지라 엄청 비싸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함부르크로 나와서 저녁을 사 먹었다.
독일은 우리나라처럼 바다 근처에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가 없다. 그래서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바다라는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편안함과 탁 트이는 시원함은 정말 좋았다. 바다가 우리를 포옹하는 그 시간 자체가 힐링이 되는!
차 없이 독일 바다를 방문하고 싶다면 Travemünde Strand 추천해본다. 기차로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에 ㅎㅎ 도시로 다시 나가기도 쉽고, 바다도 깨끗하고 맑고,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