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그리고 나/어학 이야기

괴테 B1, 첫번째 독일어 시험에서 떨어진 후기 (die erste Goethe-Prüfung hat durchgefallen.)

Katharina 2020. 11. 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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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말이었다. 2일에 걸쳐 치러진 독일어, 괴테 B1 시험을 서울대에서 쳤다. 난생처음 서울대를 독일어 덕분에 들어가 보게 되었다.

일단 6월 30일 시험을 치기 전 나의 공부에 대해서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그냥 시험이 궁금하신 분들은 맨 마지막 사진 밑에서 부터 읽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작년 8월이었나? 인강을 결제하고, 9월에 공부하다가 일하면서 공부하기가 참 어려워서 거의 손을 놓았고, 2019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었다. 그리고 12월 31일 보건소 계약이 끝나고 2020년 1월 1일부터 첫 주간 인생의 휴가를 즐긴 뒤, 1월 7일부터 독독독 독일어 A1 인강을 시작했었다.

공부를 하면서 많은 고비가 왔다. 그 당시 지방에 살았던 나는 선택지가 없었다. 오직 인강으로만 공부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었고, 혼자서 공부하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나는 영어나 다른 외국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언어에 그렇게 두각을 보일 만큼 머리가 좋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A1 중후반에 한 번 고비가 왔고, A2를 겨우 넘어갔다. 그리고 A2하면서 새로운 시작에 또 재미있기도 하고, 전에 이해가지 않았던 부분들이 이해가 가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가, A2 후반부에 또 고비가 왔다. 다시 A2를 복습해야 하는 건가, 어휘를 더욱 붙잡아야 하는 건가 고민을 하다, 그냥 B1로 넘어갔는데, 이때부터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겪으로 공부를 쌓아 올렸던 것 같다.
B1 들어와서는 매일 공부하기가 싫었다. 넘치는 단어가 나를 힘들게 했고, 분명 다른 사람들이나 인강에서는 B1까지는 괜찮다며, 공부하면 쉽다는데, 나는 정말 힘들어 죽겠는 거다.
특히 듣기, Hören 부분에서 정말 더욱 죽을 맛이었는데, 독독독 모의고사에서 나오는 듣기 파일을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 거다. 게다가 시험 때 어떤 상황일지 모르니, 약간의 소음이 들어가 있었는데, 시험의 스트레스로 그 배려마저도 짜증이 나서 다 던지고 싶었다.

괴테 시험에 떨어지고, 충격 받아 먹은 것들이다.

인강에서는 벽보고 혼자서 말하면 다 된다했는데, 난 그걸 정말로 믿었다. 인강 자체를 결제했던 것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런데 말하기와 듣기는 알아서 하라는 강의 중간에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술에 내가 넘어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괴테 B1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첫번째와 두 번째 괴테 시험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쉽지 않다.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은 언어에 능력이 있는 자들에게만 가능한 이야기다. 분명 오프라인으로 보충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고, 아니면 원어민 친구가 있어서, 보충이 가능한 사람들 이야기다.

독일에 나가서 공부하는게 가장 빠른 길이지만, 나 같은 가난한 만학도의 상황과 비슷한 사람이 나에게 인강을 추천해달라면, 다들 알아서 선택하는 거지만, 시원스쿨 1년 패키지 끊으시고, 학원이나 과외를 받는 게 가장 좋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내가 시원스쿨 강의를 추천하는 이유는, 별거 없다. 다양하고 가격이 타 강의들에 비해 비싸지가 않다. 그리고 선생님도 많으시고, 새로 업데이트도 잘되고, 이벤트도 많이 한다...
그런데 분명한 건, 나중에 또 올리겠지만, 문법 만큼은 인강으로 공부했던 게 개인적으로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문법에 강하다면 괴테보다는 텔크를 치는 게 좋겠지만, 한국에서는 텔크의 정보가 거의 없고, 텔크는 합격자 발표도 되게 늦게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진짜 공부한 시간은 대략 7개월(오직 독학으로만), 그리고 시험 친 이야기 시작

Lesen Teil
단어를 너무 외우지 않았다. 그리고 글을 많이 읽기는 읽었으나, 왜 틀렸는지 복습하지 않은채 시험을 쳤고, 그 결과 teil 1부터 망했었다. 아는 단어가 없어서 문제를 풀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6월 시험은 개인적으로 teil1 보다 teil 2가 더 쉽게 느껴졌기 때문에 이거 봤다가, 저거 봤다가 하는 오두방정을 다 떨면서, 문제를 풀다가, 결국에는 제대로 푼 거 없이 시간이 다 갔고, 마지막 teil 의 경우에는 걷는다고 말할 때 다 찍어서 냈다. Lesen부터 망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집에 가고 싶어 지더라. 하지만 비싼 시험비 때문에 참았지.

단어를 안 외우겠다는 말은, 그 해당 외국어를 안 하겠다는 이웃 블로거님의 말씀에 극히 공감한다. 유튜브에서 그냥 습득되는 이딴 소리 듣지 말고, 시험 통과하고 싶으면 단어 외워야하고, 대화를 잘하고 싶으면 단어를 많이 외우고, 그것이 내 입에 잘 나오도록 훈련해야 한다. 단어 많이 외워야 한다.
그리고 내가 왜 틀렸는지 분석도 잘해야 한다. 난 이때 모의고사 문제집도 하나도 사지 않았다. 왜냐면 돈이 너무 아까워서, 주어지는 인강과 인강에서 제공되는 모의고사를 풀어보면 된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거 너무 오래된 강의에다 너무 오래된 교재인 것 같다. 그냥 괴테를 칠 거면 괴테 모의고사 계속 풀어보고, 괴테 모의고사에서 제공하는 듣기 연습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비싸긴 비싸지만...

어쨌든 Lesen 결과는 가까스로 통과했다.

Hören Teil
들리는 게 없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찍었다. 공부할 때도 잘 들리지 않아 열이 받았지만, 문제를 풀고 나면 그래도 합격선 이상이었는데, 막상 시험에서는 진짜 하나도 들리는게 없었다.

빠르기가 일단 정말 빨랐고, (두 번째 시험 후기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여전히 빠르다. 내가 공부하면서 들어본 파일들 종합해서 괴테 시험이 제일 빠르게 느껴졌다.) 감정도 들어가서 더욱 무엇에 대해 언급하는지 알아듣기가 어려웠으며, 뒷 배경 소음도 들어가 있는 파트가 있었다. (지금은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만약 인강으로 듣기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운로드한 후 배속으로 들으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Hören Teil에서 처참한 점수로 떨어졌다. 56점이었나, 58점이었나... 이젠 기억도 안 난다.

Schreiben Teil
내가 B1 문법을 써야 한다는 그 집착 때문에, 시간을 처음부터 너무 많이 잡아먹었고, teil2의 내 견해 표현하는 글은 마무리도 못 짓고 제출해야만 했다. 아오 지금 생각해도, 그냥 써내려 가면 되는 글을 왜 내가 그렇게 오래 붙잡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고급 문법을 쓰려다, 제대로 글자 수도 못 채우고 낼 바에야,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말을 조리 있게, 제시 단어 이상 쓰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써 내려가 본다.

그리고 난 Schreiben 연습을 많이 한 편이었는데, 시험 한 달 전부터 시간 재 놓고, 연습하는 거 강추한다. 나는 일기도 그동안 많이 써왔고, 인강에서 내주는 Schreiben 문제들을 빠짐없이 혼자서 연습을 했음에도, 시간 안에 다 못 채웠던 건 내가 시간을 재고 연습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뭐, 교정받지도 않은 게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보다 문제인 건 제한시간 내에, 최소 채워야 하는 글자 수를 다 못 채우고 낸 것이 가장 큰 문제라 본다.

게다가 난 마지막 타일에서 문법까지 하나 틀렸다는 걸 내고 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안 그래도 다 못썼는데, 마지막 타일에서 성까지 틀리니, 잘 나올 리가 없지...

Sprechen Teil
사람이 너무 많이 다음 날로 넘어갔다. 나는 정말 많은 준비를 했었다. 혼자 했기 때문에, 다양한 글을 접하고, 솔직히 달달달달 외웠다. 그리고 당일에 시험칠 때, 약간 더듬거리기도 했고, 내가 문법 상으로 틀린 부분이 있었지만,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파트너와 합도 잘 맞았다고 생각했고, 내가 좀 더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붙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통과하지 못했다.

너무 보고 읽었던 것이 탓일까, 아니면 질문해주셨던 단어를 너무 늦게 알아서 그랬던 것일까, 문법이 틀려서 그랬던 것일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내가 시험을 치면서 느낀 건, 절대 달달달 외워서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도입부와 큰 틀 정도야 당연히 외워서 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나는 그 부분을 아주 막힘없이 잘 말했지만, 떨어졌다. 그래서 인강에서 말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다 믿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인강에서는 분명 이렇게 언급했다. 독일 사람들은 틀과 순서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것만 잘 말해도 점수가 낮지는 않을 거라고... 예전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언어는 결국 Kommunikation인데, 혼자서 디리릭~ 말하는 건 의미가 없다. Telc 칠 때 감독 선생님이 먼저 알려주신 부분도 이 부분이고...


여기까지가 나의 첫 번째 괴테(Goethe Zertifikat)의 후기이다.

나같이 그냥 무난한 머리로 괴테 시험을 보겠다는 사람에게 종합적으로 다시 설명하자면, 혼자서 인강만으로 공부하고 붙으려면, 듣기와 말하기에 수도승이 수련하듯 혼자서 그렇게 수련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특히 말하기는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고, 반응하고, 때로는 반대하는 이야기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인강만으로는 그것이 많이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문법을 제대로 잡고, abcd 부터 기초회화만큼은 인강이 또 최고인 것 같다.

여하튼
1. 단어 많이 외우기
2. 내가 배운 문법에 외운 단어 적용해서 활용하여, 내가 말할 수 있도록 훈련하기
3. 모의고사는 해당 시험(괴테면 괴테 모의고사 문제집)에서 나오는 모의고사 풀어보기
4. 내가 틀린 거 왜 틀렸는지 보기
5. 듣기와 말하기를 위해 그냥 학원이나 과외하기, 앱도 추천
6. 쉽게 공부하지 말고, 나를 배려하는 공부 하지 않기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 꼬아서 공부해서 시험에 빗나갈 필요도 없지만)

다음으로는 괴테를 떨어지고, 이를 갈면서 공부한 이야기와 telc 시험 후기를 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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